[어니스트뉴스=손시훈기자] 어젯밤 야근으로 막차를 놓친 강유리씨, 택시를 타려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붕에 달린 택시표시등이 꺼진 채로 지나가던 택시가 강씨 앞에 서더니 창문을 조금 열고서는 행선지를 묻는 것. 택시표시등이 꺼져있어 손님이 탄 줄 알았던 택시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울시(도시교통본부)는 이처럼 택시표시등을 상시로 끄고 운행하면서 원하는 승객을 골라 태우기 위해 ‘택시표시등 비상버튼’을 개조한 택시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선다.
뿐만 아니라 ▲콜 예약을 받지 않았으면서 예약표시등을 켜고 운행하거나 ▲승객이 타지 못하도록 문을 잠그고 행선지를 물어가면서 호객행위 하는 택시도 집중 단속한다.
서울시는 그동안 강남, 홍대입구 등 심야시간대에 택시 승차거부가 많이 일어나는 현장을 중심으로 단속반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적발 및 계도해 왔으나 단속 사각지대 속에서 갈수록 다양하고 지능화되는 승차거부를 근절해 나가기 위해 특별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
먼저 운전석에 설치된 ‘택시표시등 비상버튼’을 악용하는 사례를 집중 단속한다. ‘택시표시등 비상버튼’은 택시 안에서 위급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에 지붕에 달린 표시등이 깜박거리게 하여 외부에 구호를 요청할 수 있게끔 되어 있으나 최근 일부 운수종사자가 이를 임의로 개조해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택시표시등 임의조작 택시 [사진제공=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교통지도과]
서울시에 따르면 본래 택시표시등은 승객을 태우고 미터기를 누르면 자동으로 ‘빈차표시등’과 함께 꺼지게 되어 있지만 ‘택시표시등 비상버튼’을 개조하면 미터기와는 무관하게 표시등을 기사가 원하는 대로 껐다 켰다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승차거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점에서 대기 또는 잠복하는 방법으로 택시표시등을 끄고 오다가 승객을 골라서 태우는 택시를 현장에서 적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 운수종사자가 불법 영업행위를 발뺌할 수 없도록 동영상 및 사진 등을 촬영할 방침이다.
‘택시표시등 비상버튼’ 개조가 적발되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제17조와 제23조(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개선명령 서울특별시 공고 제2012-1688호)에 따라 운송사업자 과징금 10만원 또는 1차 적발 시 운행정지 5일, 2차 적발 시 운행정지 10일에 처해진다.
「여객자동차운송사업 개선명령」에는 ‘택시표시등, 빈차(예약)표시등은 미터기 작동과 동시에 점․소등되도록 자동 작동해야 하며, 스위치가 별도 설치되어서는 안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서울시는 ☎120다산콜센터 등을 통해 비상버튼 개조 및 택시표시등 소등 등으로 인한 승차거부로 피해를 입은 사례가 접수되면 해당 택시 업체를 방문해 위법 사실을 전면 조사․확인하고 혐의가 밝혀질경우 강력하게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현재, 문을 잠근 채로 서행하면서 방향을 묻고 장거리나 원하는 방향의 승객만 골라 태우는 호객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근거 마련을 추진 중이다.
현행법 상 택시에 탄 승객에게 하차를 강요하게 되면 명백한 승차거부에 해당되므로 일부 택시가 이러한 법적제재를 빠져나가기 위해 문을 잠그고 서행하면서 원하는 방향의 승객이 나타나면 문을 열어주는 불법영업을 하고 있으나 ‘문을 잠그는 행위’에 대한 처벌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시는 ‘택시 문을 잠그는 행위’ 자체를 불법 영업으로 간주하고 처분할 수 있도록 법적근거 마련을 추진 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 위반행위 단속기준
① 여객 앞에 정차하여 행선지를 물은 후 승차시키지 않은 채 출발하는 행위 ②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여객 옆을 서행하면서 목적지를 말하거나 손짓을 해도 무시하고 지나치는 행위(비 선호지역, 도로상 여객의 사고위험이 있다는핑계) ③ 빈 택시에 고객이 행선지를 말하였으나, 아무런 대꾸 없이 출발해버리는 행위 ④ 여객이 승차한 후 차량이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방향이 맞지 않는다며 하차시키고 출발하는 행위 ⑤ 여객이 행선지를 물어보면 반대방향에서 탑승토록 유도하면서 승차거부 ⑥ 문을 잠근 상태에서 여객의 탑승을 거부하는 손짓을 하거나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는 행위 ⑦ 고의로「예약 등」을 켜고 서행하며 선호하는 행선지를 외치는 여객을 골라 태우거나, 행선지를 물어보는 행위 ⑧ 콜택시를 호출하고 배차가 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으나 택시가 오지 않는 경우나 택시운전자가 고객에게 전화하여 못 간다는 핑계를 대는 경우 |
서울시는 단속에 앞서 4월 중순부터 개인․법인택시조합에 비상용버튼 개조 특별 단속을 비롯한 승차거부 단속계획 및 적발 시 처분수준 등을 사전 예고해 계도기간을 가졌으며, 5월부터는 집중적으로 단속 및 적발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사전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적발되는 운수종사자의 경우, 자율적으로 개선할 의지가 없다고 보고 적발되면 예외 없이 엄벌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설동을 교통지도과장은 “임의 조작이 금지된 ‘택시표시등 비상버튼’을 개조했다는 사실 자체를 승차거부 의도로 간주하고 적발되면 원상복구 명령 및 엄중 처벌할 것”이라며 “일부운수종사자의 얌체행위로 선량한 운수종사자와 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단속,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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