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뉴스=손시훈기자] 지리산 뱀사골에 모여 사는 오형제.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면 사십 명이 넘는 대가족이다.
이 대가족의 중심에는 맏형 춘환 씨가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4년.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장남 춘환 씨는 수시로 형제들을 호출해 어머니를 돕는다.
맏형의 호출이 떨어지면 열일 재치고 한걸음에 달려오는 형제들.
[사진제공=KBS]
맏형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 때문일까? 천만의 말씀. 오히려 맏형은 집안의 문제아였다.
그런데 왜, 어떻게 형제들은 형의 말이면 꼼짝 못하는 것일까? 그 우애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열아홉 살부터 이장을 했던 맏형 춘환 씨는 도박에 빠져 청춘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가정을 돌보지 못한 채, 뗏목처럼 떠돌며 살았던 철없는 가장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못난 형을 원망하지 못하도록 형제들을 엄하게 단속하며 서열을 잡아주셨다.
아버지가 살아생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장남을 중심으로 한 형제간의 우애였다.
“형의 말은 곧 법이다!” 지금도 형제들은 살아생전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전적으로 형을 믿고 따른다.
가족을 돌보지 않았던 춘환 씨의 마음을 붙잡은 것은 40중반에 낳은 늦둥이 딸 나라였다.
나라를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살다보니 어느 새 쉰다섯 살. 아들 딸 시집 장가보내야 하고 제대한 아들 챙겨야 하고 늦둥이 딸 공부시켜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제 자식 귀한 것도 알고, 자식 무서운 줄도 알게 된 춘환 씨.
불효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아버지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살게 된 탕자 춘환 씨의 사부곡.
오늘도 덕망 있고 지혜롭던 아버지의 자취를 쫓으며 그 삶을 닮고자 애쓰고 있는 춘환 씨와 형제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 부모가 남겨주신 진정한 유산에 대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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