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뉴스=손시훈기자] 국민들의 2013년 평균 근무시간은 총 2,090시간, 하루 평균 10시간 30분에 이른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친 한국 사회에서 일 중독은 미덕으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저녁이 있는 삶’이나 ‘사랑을 주고받는 주말’까지 포기하며 일에 몰두한다.
이로 인해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어느 순간 무기력을 느끼는 ‘번 아웃(Burn out) 증후군'이 새로운 스트레스 관련 문제로 대두했다. ’번 아웃 증후군‘은 개인의 문제에서 가정, 직장, 사회에까지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열정을 하얗게 불태운 ‘번 아웃 증후군’,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닌 수면장애, 우울증, 심리적 회피, 인지능력 저하와 같은 질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
과연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만큼 ‘번 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지 알아본다.
◆당신도 번 아웃(Burn out)?
제작진에 따르면 직장인의 약 85%가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번 아웃(Burn out) 증후군’을 느낀다.
제작진은 새롭게 떠오른 ‘번 아웃 증후군’과 직무 스트레스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다음소프트>와 함께 빅데이터를 분석해보았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인터넷, SNS 등을 사용하며 만들어낸 110억 개의 빅데이터.
사람들은 ‘방전’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배터리를 떠올렸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체력을 떠올린다. 일과 관련한 수많은 단어, 그 중 ‘힘들다’ 라는 말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우리는 바쁘고 힘든, 그래서 굉장히 피곤한 사회에 살고 있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주부, 학생도 ‘번 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
‘번 아웃 증후군’이 전염처럼 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빅데이터로 우리의 삶 속을 들여다본다.
◆1인 多 역 - 워킹맘의 번 아웃
결혼 9년 차, 쇼호스트 14년 차 이창우, 권미란 부부. 남편은 쇼호스트 팀장, 아내는 프리랜서 쇼호스트로 두 달 전부터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권미란 씨는 한 번 일에 몰두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게다가 프리랜서이기에 실적과 평가에 대해 받는 압박과 부담이 더 크다. 생활밀착이라는 강점을 살려 처음으로 부부 쇼호스트가 진행하는 방송을 맡았다. 방송을 앞두고 신경이 예민해져 평소와 같은 남편의 행동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
권미란 씨의 방송준비는 꼬박 하루가 넘게 걸린다. 한 번의 방송을 위해서 회의, 모니터링, 대본 작성, 시연, 시장조사까지. 게다가 요즘은 건망증이 심해져 몇 번 더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가방, 화장품 등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지난 방송에서 어떤 구성으로 방송했는지도 헷갈린다. 신경 쓸 게 더 많아지다 보니 불면증이 생기고, 사소한 일에 짜증도 늘었다.
방송으로 에너지를 다 쓰고 탈진된 상태로 집에 가도, 엄마이기에 쉴 수 없다. 몸이 안 좋아서 어렵게 낳은 딸 은서, 바빠서 자주 못 놀아주는 게 한없이 미안하다. 하지만 ‘번 아웃(Burnout)’을 느낄 때면 5분이라도 온전히 쉬고 싶어 마음에 갈등이 생기는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 권미란 씨가 느끼는 ‘번 아웃 증후군’을 알아보고, 이를 막기 위한 일상 속 방법을 공개한다.
◆백의의 천사? 백의의 전사! - 감정노동자의 번 아웃
‘번 아웃 증후군’을 겪는 대표적인 직군은 간호사. 대한민국 간호사 70% 이상이 ‘번 아웃 증후군’을 겪는다.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며 자기 일처럼 공감한다. 환자의 상태가 나빠질 경우 감정이입이 돼서 슬퍼하고, 돌보던 환자가 사망할 경우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2009년부터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고성준 씨. 인수인계를 위해 1시간씩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 매 순간 환자를 주시하며 즉각적으로 움직여야 하기에 쉴 틈이 없다. 유일하게 앉을 수 있는 건 식사시간 10분. 퇴근할 때면 모든 에너지가 소진됐다고 느낀다.
◆나는 계속 배고프다 - 심리적 허기에 허덕이는 사람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카페인 음료 언급이 급격히 늘어났다. 피로를 이기기 위해 커피와 에너지음료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낮에는 커피와 카페인 음료, 밤에는 알코올이 만들어내는 활력으로 지친 몸을 이끈다.
주방 가구 제조업 반장인 정영철 씨는 일상처럼 퇴근 후 혼자 술을 마신다. 가정이 생기고 직급이 올라간 뒤 생긴 큰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 아내, 5살 아들과 3개월 된 딸이 집에서 반겨주지만,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지는 못한다.
◆제 아내, ‘번 아웃’인가요?
한편 제작진이 ‘번 아웃 증후군’을 겪는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하자, 독일인 알렌 씨와 한국인 유임주 씨 부부가 연락을 해왔다. 워커홀릭 유임주 씨는 건강이 걱정되고, 알렌 씨도 같이 영어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라이프파트너가 아니라 비즈니스파트너만 되는 것 같아 힘들다는 것.
유임주 씨는 3, 4년 사이에 살이 20kg이나 쪘다. 학부모를 상담하는 감정노동, 독일인 남편과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스트레스. 마음의 허기를 먹는 것으로 채운다.
학원에서는 1인 10역도 거뜬히 해내는 그녀. 하지만 집에서는 노트북을 하고 TV를 보는 것 외에는 다 알렌에게 미루며 움직이지 않는다. 축 늘어져 소파와 한몸이 되는, 일명 건어물녀가 된다.
제작진은 고성준, 정영철, 유임주 씨와 병원을 방문해 진단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질병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었는데... 오늘도 피로한 사람들의 ‘번 아웃(Burn out) 증후군’을 [MBC 다큐스페셜]에서 다룬다.
[사진제공=MBC]
어니스트뉴스 web@honestnews.co.kr
저작권자ⓒHNN 어니스트뉴스 (www.Hones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