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뉴스=온라인 뉴스팀] 지난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다. 1989년 이후 25년 만에 이루어진 교황의 방한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4박 5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장애인이나 빈곤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게 유달리 관심을 보여온 교황의 일거수 일투족에 전세계가 주목했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프란치스코 어록’으로 언론에 도배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9일 전, 명동 성당 앞에서는 교황의 방한과 관련한 작은 시위가 있었다. 굵은 빗방울에도 아랑곳 않고 입을 모아 ‘교황의 꽃동네 방문 반대’를 호소하는 이들은 상당수가 장애인이었다. ‘꽃동네’에서 삶의 절반 이상을 보냈다는 탈시설 장애인들과 장애인 단체 회원들, 이들은 왜 거리로 나섰을까.
“내가 (오신부에게) 왜 땅을 이렇게 사냐고, 얻어먹는 사람이 도와주는 사람보다 화려하게 사는 건 부패라고 했죠. 그러니까 ‘앞으로 수용자들이 농사를 지어서 자급해야 한다. 지금보다 (꽃동네가) 몇 배 더 커져야 된다’ 이러는 거예요.” - 주민 이모씨 / 충북 음성
추적60분 제작진에 따르면 충북 음성과 경기도 가평, 두 곳의 수용인원만도 4000명에 달하는 꽃동네는 국내 최대의 종합 사회복지시설이다. 1976년, 고 최귀동 할아버지와 오웅진 신부의 만남에서 시작된 ‘꽃동네’는 오랜 세월 ‘사랑과 봉사’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지난 1998년, 꽃동네와 오웅진 신부를 향해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토지의 불법사유화 논란과 함께 제기된 ‘횡령’과 ‘배임’이라는 혐의는 결국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2003년, 6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발견된 꽃동네 관련 부동산은 312만평, 여의도의 세배 가까이 되는 어마어마한 면적이었다. 수년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07년, 사건은 ‘무죄’로 종결됐지만, 지난해 지역 주민들의 고발과 함께 꽃동네는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꽃동네는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추적60분 제작진은 전문가에게 의뢰해 음성 꽃동네 인근 부동산의 등기부등본 1000여 통을 분석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꽃동네 땅, 과연 이는 누구의 소유이고 누구를 위한 것일까.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면적이고, 어디에 얼마만큼 땅을 샀는지도 모르고 그 돈이 어디서 나왔겠습니까 오웅진 신부가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 음성군 주민
꽃동네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꽃동네 소유의 토지. 최근 이 주변에는 이름부터 ‘금왕 꽃동네’라 붙여진 나들목이 들어서고 혁신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땅값도 들썩이고 있다. ‘가족들의 자급자족’을 위해 수십년 전부터 음성 지역의 땅을 매입해왔다는 꽃동네. 하지만 막상 제작진이 찾아간 꽃동네 주변의 농지는, 대부분 수풀이 우거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꽃동네가 대규모 토지를 매입하는 것을 두고 지역 주민들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과 후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꽃동네에 비하면 지역 내 복지서비스나 복지시설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복지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꽃동네를 향한 감사나 회계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베일에 싸인 꽃동네, 그 이면을 추적해 봤다.
‘장애인들도 교황님처럼 비행기 타고 싶고 주교님처럼 지하철 타고 신부들처럼 호프집 가서 맥주 한 잔 하고 수녀들처럼 극장에서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다. 즉, 이것은 인권문제이다.’ - 천노엘 신부
2012년 전국의 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두 명 중 한 명이 ‘시설을 나가고 싶다‘ 고 답했다. 사회에서의 삶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은 자유를 원하고 있었다.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누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아직도 ‘얻어먹을 수 있는 힘이 축복’ 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랑과 봉사’의 상징인 우리나라 최대의 사회복지시설 꽃동네. 여태껏 걸어온 38년의 세월을 지나,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 봐야할 때다.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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