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뉴스=손시훈기자] 지난주 방송된 <추적 60분>에서는 소위 ‘셋업’ 범죄를 통해 필리핀에 갇힌 한국인 수감자들의 실상과 우리 대사관을 집중 취재해 보도했다.
우리에게 따뜻한 남쪽바다와 싼 물가로 은퇴이민과 투자이민자들의 나라로 사시사철 각광받는 필리핀.
하지만 이 나라에선 최근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소위 ‘셋업’ 범죄가 늘고있어 교민 사회와 관광객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무고한 관광객이 느닷없이 마약상이 되기도 하고 우리 교민은 때로 불법 무기 소지자로 몰려 엄청난 돈을 주고 풀려나거나 교도소에 수감 되곤 한다는 사실이 '추적 60분'을 통해 표면에 드러났다.
최근 교민들은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기금’을 모금하기에 이르렀고 더 이상 필리핀 치안 당국을 믿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필리핀에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 교민과 유학생은 10만 명, 여행을 위해 필리핀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100만 명에 달하지만 과연 필리핀은 우리에게 얼마나 안전한 곳일까.
지난해 필리핀에서 발생한 강력사건 중 한국인 대상 ▲살인 13건 ▲강도 2건 ▲납치 9건 ▲폭행 12건과 가장 흔한 절도가 678건 발생했다.
외교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피해의 이유를 급속도로 증가한 필리핀 관광객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필리핀 치안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한국정부와 교민사회의 책임론이 떠오른다.
필리핀에서 관광, 숙박, 음식업 등으로 생활하는 교민들은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이 줄어들까봐 '필리핀 치안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추적 60분' 제작진에 따르면 필리핀 교도소에서 11개월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50대 한국인이 있다고 한다. 평범한 사업가였던 조씨는 지난해 10월, 마약소지범으로 강제 연행됐다. 조씨를 마약판매범이라고 지목한 제보자는 조씨의 집에서 7개월간 가정부로 일했다는 필리핀 여성이었다. 하지만 정작 조씨는 마약을 본 적도, 제보자를 만난 적도 없다며 황당해했다고 한다.
결국 제작진은 취재 도중 음성파일 하나를 입수했고 조씨의 체포 당시 우연히 녹음된 것이라는 파일에는 놀랍게도 이 사건이 조작된 것임을 암시하는 경찰관들의 대화가 담겨 있었다.
필리핀 교민들에게 ‘셋업(set up)’이란 이미 익숙한 말이 됐다. 마약이나 총기 등을 이용해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몬 뒤, 돈을 뜯어내는 것이 이른바 ‘셋업 범죄’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다른 강력사건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공모 단계에서 현지의 비리 경찰관 등 공권력이 개입한다는 것. 억울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구제해야 할 사법·치안 기관이 거꾸로 범죄에 가담한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현지 경찰관, 고위직 공무원, 변호사 등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필리핀 사람들이 털어놓은 ‘셋업’ 범죄의 실상은 충격적이었다.
“경찰관은 제 고객에게서 마약을 사는 척 했어요. 당신이 돈을 주지 않으면, 그들은 불리하게 사건을 진행시킬 겁니다.“- ‘셋업’ 사건 전문 변호사
이날 방송에서는 덴마크인 ‘톰 달비’가 사기 혐의로 체포돼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지 4년 만에 무죄를 인정받고 자유를 찾은 사연도 공개됐다. 톰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자신이 갇혀있었던 교도소에 톰과 같은 사기죄로, 최장 30년형을 언도받고 5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교민 홍성하씨의 사연도 들려줬다.
최근 필리핀 여행중 강도를 만나 지갑을 털리고 무일푼으로 귀국한 경험을 한 이모씨는 “‘안전은 개뿔’ 필리핀 치안 상태를 정확히 알았더라면 여행은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가 알고 있는것 보다 훨씬 위험한 나라다. 여행은 심사숙고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세계에서 제일 흉악한 도시로 변해가는 필리핀을 찾는 여행객들의 안전은 과연 보장된 것인지 다시 한번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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