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뉴스=온라인 뉴스팀] 봄을 맞이하기 직전의 전남 곡성 천덕산(天德山).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니 굴피집이 보인다.
산골짜기 집 한 채. 이 집엔 누가 살고 있을까?
흰 눈을 던지며 '인간극장' 제작진을 맞이하는 볼 빨간 현옥(7)이와 춤사위로 반기는 숲속의 공주 나진(10)이가 이 산골 집에 사는 개구쟁이 남매다.
그리고 산속에서 재밌게 뛰어노는 게 가장 중요한 공부라 주장하는 아빠 김인수(49) 씨와 자연에서 사는 소소한 행복을 알고 있는 엄마 전선희(45) 씨, 그리고 남매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반려견 딸기와 몽이까지 여섯 식구가 산골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지인들은 아이들이 산에 살면서 교육에 뒤처지지는 않을까 걱정하지만, 부부는 아이들이 자연을 닮아 착하고 순수한 심성과 사물을 깊이 있게 볼 줄 아는 눈이 있기에 오히려 경쟁력이 있단다.
산에 오기 전 집 지어주는 일을 했던 인수(49) 씨가 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한 굴피집을 가족을 위해 손수 지었다.
겨울철이면 인수 씨는 고로쇠 작업 외에 죽염 만드는 일에 매진한다. 죽염 만드는 법은 독학으로 공부를 했다.
봄을 맞이해 굴피집 지붕 보수를 하고, 아랫마을 사는 이웃집 냉장고며 농약통도 고쳐주느라 하루해가 짧다.
젊은 시절, 방황을 하다 자연스럽게 산에 깃들게 된 인수 씨가 도시를 떠나 산속으로 온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성격이 급해요. 그래서 화를 잘 낼 때가 있는데…많이 다스리고 있는 편이에요. 사회적으로 약간 멀어지는 쪽에 있으면 화가 좀 다스려지지 않을까”해서 그는 자발적인 가난을 택했다.
인수 씨의 선택으로 가족은, 영하의 날씨 때문에 물이 얼면 집 앞 개울물로 밥을 지어먹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태양열 발전기로 얻어지는 전기만을 사용하고 밤에는 촛불과 달빛으로 생활해야 하는 불편한 생활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집 밖에 놓인 생태화장실도 인수 씨의 작품이다. 헬멧으로 만든 남성용 소변기와 배설물이 나오면 바로 땅으로 떨어지는 좌변기. 가히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나온 배설물은 나진이네 가족이 가꾸는 작은 텃밭의 비료로 소중히 사용된다.
영하 십도가 넘는 맹추위로 봄이 오다가 달아나 버렸다. 물까지 얼어서 나오지 않는다.
설거지할 그릇들을 챙겨 개울로 내려가는 선희 씨는 불편한 산 속 생활에서도 행복을 느낀다.
“냇가에서 물소리 들으면서 물빛이 깊어지는 것을 보고 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어요. 늘 하는 게 아니니깐. 이 정도는 한번 해줘야 겨울이구나! 느껴요”
손재주가 좋은 인수 씨는 전에 산악구조대 활동을 했던 당시의 노하우로 밧줄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그네를 만들어 준다.
톱으로 나무기둥을 자르며 뚝딱뚝딱 그네를 완성하는 인수 씨. 집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와 밧줄로 아이들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그네를 타며 함박웃음을 짓는 가족! 자연은 이들에게 행복의 터전이고, 놀이터이자 배움터다.
아이들이 흙에서 뒹굴고 노니, 금세 수북이 쌓인 빨래. 현옥이는 엄마가 빨래하는 모습을 보곤 잽싸게 냇가로 달려가 장화를 솔로 야무지게 닦더니 빨래를 밟아준다.
아이 세탁기라며 의젓하게 엄마를 도울 줄 아는 기특한 아이다.
산이 좋아 산으로 온 부모님 아래 아이들은 산 중 생활을 만끽하며 순수하고 깨끗한 들꽃 같은 아이들로 자라고 있다.
번거롭기 짝이 없는 산속 생활이지만, 자연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법을 일깨워준 집이기에 가족은 이 터를 사랑한다.
그렇게 봄으로 가는 산골의 하루가 깊어간다.[사진제공=KBS1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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