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뉴스=손시훈기자] 15년 동안 장병들의 머리를 무료로 깍아주고 있는 ‘사랑의 가위손’이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전라남도 화순군 능주면에서 이발관을 운영하고 있는 홍문표(61세) 씨가 바로 그 주인공.
홍 씨는 15년 동안 육군 제31보병사단 예하 화순대대를 매주 방문하여 장병들을 위해 사랑의 가위질을 하고 있다.
홍 씨가 부대 장병을 대상으로 무료 이발봉사를 시작한 사연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6세였던 홍 씨는 배에 복수가 차올라 병원을 찾았다가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8일 동안 응급실에 누워 각종 검사를 받으면서 ‘만약 암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죽는 순간까지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천만다행으로 암 판정은 ‘오진’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홍 씨의 삶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다짐했던 대로 ‘봉사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평소 이발관 단골이었던 31사단 화순대대 간부로부터 ‘부대 이발병의 기술이 부족하니 이발병에게 기술을 전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후 홍 씨는 매주 부대를 방문해 이발병에게 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은 물론 무료로 장병들의 머리카락을 이발했다.
당시에는 장병들이 많아 일주일에 두 번 부대를 찾아 이발했다. 지금은매주 화요일 저녁 18시부터 20시 30분까지 이발봉사를 하고 있다. 매번 다르지만 적게는 10명, 많게는 15명까지 이발한다.
홍문표 이발사가 화순대대를 찾아 병사의 머리를 이발하고 있다.
홍 씨의 봉사로 화순대대 장병들의 헤어스타일은 세련되고 깔끔한 모습으로 만족도가 매우 높다. 홍 씨에게 이발 기술을 배운 이발병들도 숙련된 솜씨를 자랑해 이발병들 사이에서 ‘전역 후에 이발사가 되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홍 씨의 군에 대한 사랑과 봉사는 이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부대의 가장 큰 훈련인 유격훈련과 혹한기훈련 시 마지막 행군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장병들 앞에 나타나 떡과 어묵, 사탕 등 간식을 나눠준다. 이 또한 15년째 계속해오는 연례 행사다.
이발봉사를 처음 하던 해, 이발을 기다리는 장병들이 훈련을 앞두고 걱정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격려 차원에서 행군 길목에 사탕을 건네주던 것이 지금은 주변 지인들까지 동참해 떡과 어묵, 커피, 사탕 등 간식을 챙겨주는 행사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씨가 부대에 바라는 것은 전혀 없다. 전역한 장병들이 추억을 되새기며 가족과 함께 부대를 방문할 때 근처에 있는 홍 씨의 이발관에 들러 ‘이 아저씨가 아빠 군대 있을 때 머리 잘라 주신 분’이라고 인사할 때면 그것만큼 큰 보람이 없다는 것이다.
홍 씨는 “부대 장병들을 재능 기부나 봉사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장병들도 모두 한창 때에 군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지 않느냐? 힘든 일을 겪어보니 세상을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발을 배웠으니 나누며 사는 것이다. 이마저 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에서 가위를 놓는 날까지 이발을 책임져주겠다고 장병들과 약속한 홍 씨는 올해로 환갑을 맞았다. ‘이제 인생 2막이 시작됐다’는 홍 씨의 앞으로도 변함없는 軍 사랑이 기대된다.[사진제공=대한민국 육군 31사단]
저작권자ⓒHNN 어니스트뉴스 (www.Hones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