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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뉴스=손시훈기자] 서울시 도시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재개발이 결정된 옥수동 주택가, 올 봄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면서 밤이면 온통 컴컴한 암흑뿐이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연립주택, 옥탑방까지 4가구가 살던 집엔 민호씨(52세)와 아들 영찬이(17세)와 딸 지윤이(13세)만 살고 있다.


빗물이 새는 천장과 벽은 곰팡이가 가득 피어있고, 전기는 누전되기 일쑤다.

민호씬 빗물이 새는 원인을 찾기 위해 집에 찾아 온 철거업체 직원과 함께 위층에 올라가 보는데... 천장 바닥 할 것 없이 온통 곰팡이에, 물을 머금은 빈 집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위태하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 이주비가 나오긴 하지만 어머니와 동생의 병원비때문에 빌린 돈을 갚고 나면 남는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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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동행 164화 “불 꺼진 철거촌에 남겨진 가족”      자료제공=KBS 

 

민호씨는 요즘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한때는 큰 생선 가게 두 개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납품업자가 떠넘긴 물건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는 바람에 빚더미에 올랐다.

게다가 시어머니와 시동생 수발에다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잦아진 불화로 아내와 이혼까지 했다. 이후 어머니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전신마비가 됐고, 하나 뿐인 남동생마저 알코올 중독에 당뇨로 다리를 절단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어머니의 성품 때문에 어린 지윤이가 할머니의 기저귀를 갈고 목욕 시키는 것을 지켜보는 게 가장 힘들었다는 아빠. 한때 심한 우울증을 앓으면서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5살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한 영찬이는 태권도 4품의 유단자다. 영찬이의 사정을 잘 아는 관장님의 배려로 태권도장에서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고 청소와 전단을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지윤이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동네에 있던 친구들도 이사 가고, 집 없이 돌아다니는 고양이들과 놀며 외로운 시간을 달래곤 하는데... 지윤이가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밤. 갑자기 누전이 되어 전기가 나가고, 무서워 밖에 나가보지도 못하는 지윤이는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늦은 밤에 갑작스럽게 찾아 온 손님. 예전에 돈을 빌려준 지인은 이주비를 받았으면 빨리 돈을 갚으라고 호통 치는데....가뜩이나 장마철이라 일거리까지 없어서 더욱 심난한 아빠. 하는 수없이 생선 가게가 문을 닫은 뒤, 한동안 손을 놓았던 생선손질일을 찾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고 돌아온 아빠에게 파스를 붙여주며 아빠가 덜 힘들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지윤이. 아빠는 그 말만 들어도 상처와 고통이 다 낫는 것만 같다.

 
이미 열 집 가운데 여덟 집이 떠나 불 꺼진 철거촌, 이곳에 남겨진 민호씨 가족은 떠나고 싶지만 당장 떠날 수가 없다.

현장르포 동행 164화 “불 꺼진 철거촌에 남겨진 가족”편은 2011년 8월 4일(목) 밤 11:50-12:35 KBS1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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