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뉴스=온라인 뉴스팀] 중앙 우체국과 한국은행이 있는 서울 도심에 위치한 회현지하상가. 평범한 지하상가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디지털의 세상에 남은 ‘시간이 멈춘 섬’이다. 추억이 된 LP판, 오래된 수동 필름 카메라, 60여 년 전 우표, 1920년대 기차 승차권, 110년 된 축음기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지나간 옛 시간을 그대로 품고 있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저마다 추억 속의 보물을 찾느라 분주하다. 도심 한복판 시간이 멈춘 섬에서 ‘그날들’로 떠나는 시간여행 72시간이다.
1920년대의 타자기, 110년 된 축음기, 360도 회전하는 신기한 선풍기가 있는 작은 공간. 30여 년간 이곳을 지키고 있는 81세의 김무송 할아버지는 1952년 한국전쟁 피난시절 대구 시내에서 산 3000환짜리 수동 카메라로 수집을 시작했다. 6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의 첫 카메라는 여전히 셔터가 작동 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흑백 사진 속 까까머리의 고등학생은 이제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사라져버린 그날들을 그리며 오늘도 할아버지는 수집품을 정성스레 닦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35년 전 소공동에서 전성시대를 누렸던 맞춤 양복점,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오래된 레코드 가게 등. 회현지하상가엔 빠른 세상의 변화에 밀려 지하로 내려온 가게들이 많다.
지하상가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오디오 가게도 그중 하나. 충무로 오디오 거리로 모여들던 음악 청년들은 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되어 회현지하상가를 찾는다. 수십 년 세월 오디오를 고치며 살아온 사랑방 주인 김종운 사장님은 어느덧 음악 전문가가 다 됐다. 사라져가는 소리들을 살려내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 곱게 물려주는 것이 꿈이라 말하는 사장님. 그는 오늘도 디지털 음악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따뜻한 아날로그 음악들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자기 소유라고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자기가 가질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살다가 다 남기고 가는 거지 ‘내 것’이라는 표현을 버려야 해요. 버리지 말고 잘 모아서 고이고이 간직해서 여러 사람에게 많이 보여줘야 해요.” - 김종운(63세)
추억이 된 LP, 오래된 우표, 낡은 타자기, 100년 된 축음기 서울의 중심에서 만난 시간이 멈춘 섬 ‘회현지하상가’.
이번 주 방송되는 다큐3일에서는 당신의 ‘그날들’로 시간여행을 떠납니다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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